방탈출을 통해 알아보는 공간 트렌드
Z세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공간 트렌드를 알고 싶은 분 있나요? 그렇다면 ‘방탈출 게임’에 주목하셔야 합니다.
아마 10년 전 마지막으로 방탈출 게임을 해본 분이라면, 자물쇠를 풀거나 IQ 테스트 같은 문제를 제한 시간 안에 푸는 모습을 떠올리실 텐데요. 지금 Z세대가 즐기는 방탈출 게임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영화 촬영장 같은 세트장과 장치가 갖춰져 있고, 전문 배우들이 함께할 정도로 스케일이 큰 복합 문화 체험으로 진화했거든요. 전자를 1세대 방탈출, 과도기를 2세대 방탈출, 후자를 3세대 방탈출이라고 구별해서 부르기도 할 정도죠.
방탈출 게임의 인기도 달라진 규모만큼이나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분기별 ‘방탈출’ 언급량은 지난 2022년 1월 약 1,900건에서, 2024년 4월 약 6,900건까지 증가했어요.
이번 콘텐츠에서는 이렇게 많은 Z세대가 열광하는 방탈출 게임의 최신 트렌드를 짚어 보려고 합니다.
방탈출 게임을 800회 이상 해본 ‘방고수’부터, 5번도 해보지 않은 ‘방초보’까지. 다양한 Z세대 방탈러(방탈출을 즐기는 사람)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아르바이트 직원이 아닌 전문 배우가 고퀄 연기로 직접 진행해 줌
방탈출 업계에서 인기를 가늠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보통 예약 난이도로 판별되곤 하는데요. 전문 배우와 함께하는 방탈출 게임들이 최근 가장 치열한 경쟁률을 보입니다. 1인당 7만 원이 넘는 고가인데도 말이죠! (참고로 방탈출 게임의 평균 비용은 1인당 3만 원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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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시네마 라이브시네마 ‘우정’
출처 롯데컬처웍스
- 플레이어가 오랜만에 열린 초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하기 위해 노을이 질 때 가장 아름다운 ‘해후 마을’로 떠나며 생기는 사건을 해결하는 테마.
- 배우 참여형 방탈출 게임의 원조로 통하는 업체 ‘제로월드’와 손잡고 지난 6월부터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에서 운영 중인 체험 프로그램.
- 체험이 끝난 후 옛 시골 마을을 본뜬 세트장 앞에서 사진 촬영이 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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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체험이 가능해서 돈이 아깝지 않아요.”
배우가 등장해서 플레이어와 대화를 나누며 연기를 펼치는 고가의 참여형 방탈출 게임이 요즘 유행 중인데요. 한번 해보니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뮤지컬 공연만큼이나 퀄리티가 높았거든요.
저는 얼마 전 ‘우정’이라는 방탈출 게임을 해봤어요. 처음에는 갑자기 모르는 사람과 연기를 주고받아야 하니까 긴장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배우분들이 플레이어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워서 불러줘서 금세 과몰입이 가능했어요.
제가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전개가 조금씩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저희만의 탈출 스토리가 완성된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꼭 전문 배우가 아니라도 방탈출 게임 카페의 직원이 연기를 하면서 NPC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최근 늘었어요. 연기라는 요소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스토리에 대한 몰입도가 훨씬 높아지는 것 같아요.
레드(26세, 방탈출 게임 400회 경험자)
인테리어부터, 날씨 연출까지. 영화 촬영장처럼 진화한 방탈출 게임 테마 등장!
‘굴착기 같은 중장비에 탑승하게 하기도 하고...’
‘눈, 비, 안개, 우박 같은 기상 현상을 재현해 두는 경우도 있어요’
‘바다 한가운데에서 노를 젓게 하더라니까요...’
취재 도중 만난 인터뷰이들의 경험담인데, 상상이 가시나요? 방탈출 게임이 펼쳐지는 공간의 인테리어와 장치가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문제를 푸는 것만큼이나 공간 자체를 즐기고 싶어 하는 방문객이 늘어났기 때문인데요. 그러면서 마치 테마파크처럼 콘셉트에 충실하게 꾸며진 방탈출 게임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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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포비아 ‘메이데이’
출처 비트포비아
- 오랜 꿈이었던 우주연구원이 된 플레이어. 첫 번째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지구로 돌아가려던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구조요청 신호가 들어오면서 시작되는 사건을 해결하는 게임.
- ‘어디서 우주선을 떼어온 거 아니냐’ 하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우주선을 실감 나게 구현함. 우주선 곳곳을 누비며 조종석과 설비를 실제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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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소품, 장치, BGM까지 게임의 콘셉트에 맞춰져 있어서 영화 찍는 것 같아요”
요즘 인기 있는 방탈출 게임에는 리얼한 소품이 준비돼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 사용해서 체험을 하는 과정이 재미있고요.
거기에 더해 향기나 BGM까지 스토리와 어울리는 것으로 세팅되어 있어서 정말 실제로 영화를 찍는 듯한 기분이 느껴지기도 해요. 문제를 풀기 위해 작동해야 하는 장치도 스케일이 크고 신기한 것들이 많아서 머리를 쓰는 재미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만족감도 쏠쏠합니다.
최수경(25세, 방탈출 게임 100회 경험자)